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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6 오바마 교육 정책의 시사점과 MB의 교육 삽질

 

  미국 집권층의 변화는 다양한 방면에서 미국 사회를 변화시킬 것이고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줄 것이다. 교육정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의 차이를 감안해도 미국 교육정책의 새로운 변화는 우리나라교육정책에도 몇 가지 시사하는 점이 있다.


      NCLB(No Child Left Behind)의 수정

NCLB법은 기초학력을 국가의 책무로 인정한 것이다. 부시 전대통령이 제안하고, 에드워드 케네디를 비롯한 상하원의원 4인(민주당, 공화당 각 2인)이 공동발의하여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실패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NCLB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전폭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째, 필요한 만큼 자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다. 수준 높은 교사를 배치하고, 이것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이다. 지금까지 NCLB는 투자가 따르지 못해 교육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결국 정부가 아이들에 대한 약속을 어겼다고 진단한다.

둘째, 학생들의 성취도에 대한 평가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이다. (MB정부는 모든 아이들에 대한 획일적인 학업성취도 평가, 사설 모의고사 허용이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바마는 획일적 시험 결과로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할뿐더러, 아이들에게 획일적 시험을 강요하는 것도 비교육적이라고 주장한다.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방법은 객관식·획일적 시험이 아니라 ‘학습 기술의 사용, 연구 과정 기획, 과학적 조사 참여, 문제 해결, 아이디어의 제안과 방어’ 등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이 리포트를 쓰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평가하고 교사들은 아이들이 발표가 부족하면 발표를, 조사가 부족하면 조사를 돕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획일적인 시험성적이 아니라, 문제해결능력, 즉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과정을 기획하고, 조사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능력을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다.

셋째, 책무성 높은 교육방식을 약속한다. 비영어권 학생들, 장애아들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에게 각각 적절한 평가방식을 만들어, 학생에게 성적 향상을 강요하기보다 학교 과정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여, 더 많은 아이들이 졸업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보면 약정학교(Charter School)를 비롯한 NCLB의 실패 사례를 곳곳에서 지적한다. 학업성취도 결과를 높이기 위한 교사의 대리 시험 등 도덕적 해이, 특정 시점에 학업성취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수계층의 학생들을 학교에서 배제해버리는 비교육적 처사, 감사에 적발되어 협약이 해지되는 사례,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저소득층 지역 학교의 폐쇄 등이 그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NCLB 개선안은 어느 지역·어느 계층에게나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 투자, 학생 개개인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도입, 획일적인 점수가 아니라 학생들의 능력 전반을 평가하고 함양시킬 수 있는 새로운 평가지표의 개발 및 적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오바마는 조기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 확대를 공약한다. 초등학교 진학 이전에 투자되는 1달러는 7-10달러의 효과를 낳는다. 유아교육(보육)의 확대는 특수교육서비스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높은 학력, 높은 취업률, 낮은 범죄율, 복지재정 수요 완화, 더 나은 국민 보건을 가능케 하므로 경제성이 뛰어난 정부지출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간 1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한다. 또한 저소득층 육아비용의 50%까지 충당할 수 있도록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을 약속한다.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보육 프로그램으로,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유아교육·보육은 거의 전적으로 민간에 맡겨져 있다. 사립어린이집, 국공립 어린이집, 국공립유치원, 사립유치원, 미술학원, 태권도학원 등의 시설 기준은 각각 다르고, 교육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노무현정부 들어 정부 지원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그 규모는 충분치 않다. 유아교육에 대한 모든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시키면서 지역별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적어도 유아교육과 보육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일관된 체계 속에서 초기 단계부터 교육 기회의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적 의제라고 할 수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에 대한 획기적 재정 대책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교사에 대한 보상 확대

교사에 대한 공약은 보상, 인센티브 체계의 변화로 요약된다. 교육서비스 장학금을 제공하여 교사가 부족한 영역에서의 교사 양성 프로그램 비용 전체를 국가가 부담한다. 또 능력은 있지만 재정이 부족한 교사 지망생에게도 국가 보조를 제공한다.

또 교원 연수 강화를 위해 ‘도전 교부금(Challenge Grants)'을 교육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한다. 국가 차원에서 수준 높은 성과 평가 방식을 도입하고, 개발하기 위한 재정 지원이 이뤄질 것이며, 연수를 위한 전문적인 학교를 도입하고, 초중고-대학간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이고 질 높은 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신임교원에 대한 멘토링, 공동 수업 준비시간 유급화 등도 공약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교원평가제가 쟁점이다. 그러나 기존 교원평가제도의 핵심인 근무평정을 어떻게 내실화할 것인가, 사전 인센티브 - 평가 - 사후 보상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인사·승진 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가 선결과제이다. 사실 대부분의 국민은 교원 근무평정제도가 있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구태의연한 제도인지조차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교원평가제의 신설이든, 기존 근무평정제도의 내실화이든 교원의 교육성과 역시 평가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평가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평가하느냐이다.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 가운데 누가 평가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처럼 교사가 헌신적이냐, 창의적이냐를 평가하는 것은 누가 평가하더라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오바마의 교육공약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교원이 맡은 학생들 가운데 학교를 떠난 아이들의 비율, 제 기간에 졸업한 아이들의 비율, 아이들의 문제해결능력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등이 주요한 항목이 될 것이다. 동시에 지역별·계층별 편차를 감안하고,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는지, 장애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사실 졸업률·학업이탈률 같은 객관적 지표는 교장·학부모가 아니라 제3자가 평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역량을 1년 동안, 또는 3년 동안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행정인력의 증원, 학급당 학생 수의 감소, 법정 수업시수의 축소, 교원 사이의 지식 공유에 대한 보상, 성과를 위한 적절한 사전 인센티브·사후 보상 등이 종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대학교육의 보편적 접근권 보장

오바마는 모든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대학교육비를 약속한다. 대학교육의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해마다 대학교육비 가운데 1인당 4천 달러씩 정부가 책임진다. 세금을 많이 내는 가정에겐 세금환급으로, 저소득층에겐 정부보조 직접지급으로 모든 계층의 대학생들에게 똑같은 혜택을 준다.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펠보조금 확대, 정부 보조금이나 보증을 받는 은행을 통한 간접 대출 폐지로 중간 금융비용 축소, 학자금 신청 절차의 간소화 등도 함께 추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일반계고교 졸업자의 83%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해서 ‘학력인플레’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를 부러워한다. 대학교육을 받아서 국민 대다수가 고급 인력이 되는 것이 과연 문제인가? 문제는 높은 진학률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비정규직 확대, 직업 안정성의 약화, 낮은 임금, 허술한 사회안전망, 취약한 사학 재정, 정부의 대학교육투자 부족, 대학의 설립과 폐지를 시장에 맡긴 1995년 5.31 교육개혁에서 초래된 부실대학의 양산 등이 문제의 본질이다.

한국의 저소득층은 대학교육에 대한 접근 기회를 사실상 봉쇄당하고 있다. 이들에게 시급히 문호를 열어주어야 한다. 대학교육이 필요한 인재는 고소득층 가정의 자녀에만 있지 않다. 인류 역사는 너무나도 많은 저소득층 가정 출신 위인들을 기억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에 태어났다고 대학 교육의 기회를 제한받는 사회는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사라진다. 우선 소득 2분위까지는 전액 무상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최근 10여 년간 물가인상률의 3배 가까이 등록금이 올랐던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등록금의 상한선, 인상률의 상한선을 두어야 한다. 등록금을 십여 년째 큰 폭으로 인상한 덕분에 이미 대부분의 대학들이 막대한 금액의 이월⋅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 국민 세금을 대학교육비가 아니라 사립대학 재산 확대에 사용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오바마 교육공약의 시사점

한국과 미국은 교육 환경이 다르듯 교육 의제도 다르다. 우리사회에선 높은 학업성취도에도 불구하고 서열화된 대학진학에 대한 부담 때문에 초중고생과 그 가정이 고통을 받는다. 사회적 책무에 소홀하면서 틈만 나면 본고사·고교등급제 등 이상한 자율을 주장하는 일부 대학들 때문에 소모적 갈등에 휩싸인다. 한국 교육의 의제는 초중고의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 완화, 대학교육의 내실화이다.

미국 교육은 시장기능에 가장 많이 의존한다. 영리를 추구하면서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대학은 사회적 책무에 충실하고, 정부는 대학에 관여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학은 정원의 30%를 저소득층에 할당하고, 소수계층에 대해 학비를 전액 감면하며, 교직원들이 해마다 지역사회에 백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고(하버드대), 학생 절반이 인근 공립학교에서 교사 보조 등으로 자원봉사하며(예일대), 의대 교수와 학생 전원이 인근 빈민촌에서 진료활동을 하는(존스홉킨스대) 등 사회적 책무성을 다한다.

그러나 미국은 고교를 졸업하는 비율이 75% 수준으로 OECD평균 81%에도 미달한다. 대학 졸업률은 백인 33%, 흑인 16%, 히스패닉 12%에 불과하다. 대학 졸업생은 평균 19,000달러의 빚을 안고 졸업한다. 미국 교육의 의제는 초중고의 낮은 학업성취도, 초중고와 대학의 낮은 졸업률, 계층별 졸업률의 차이이다.

오바마 당선자를 비롯한 미국의 민주당은 균등한 교육 기회, 교육을 통해 높은 삶의 질 보장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책 생산과 재정 투자를 고민한다.

한국과 미국의 교육은 상당 부분 다르지만, 미국 차기대통령의 교육공약에서 한국의 교육정책을 위한 시사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획일적인 객관식 전국시험 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미국에서도 실패했다.

둘째, 유아교육의 효과를 재발견하고 재정투자 확대를 준비해야 한다.

셋째, 교원평가의 도입은 근무평정의 개선, 교원 인사 및 보상 체계 개선과 더불어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넷째, 대학교육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저소득층에 대한 학비 지원 확대와 사립대학의 사회적 책무성 강화가 필요하다.

다섯째, 한국 역시 11%에 달하는 초중고 시기의 높은 학교이탈률을 낮추기 위해 본격적인 조사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 글은 미래와 균형 정책브리프에도 올린 글입니다.(http://blog.daum.net/futurensymmetry/8766119)>
Posted by 조구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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